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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의 잔, IMAX
어제 저녁 19:00 용산에서 보고 왔습니다. 좌석은 J열 중앙, 상영관의 정가운데 정도 되겠군요. F열이 베스트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같이 간 사람도 있고, 또 처음 접하는 상영방식이니 굳이 압도감에 휩쓸리기보다는 한 발 물러서서 평가해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IMAX에 대한 간단한 소감이라면, 편하군요. 극장 앞면을 가득 채우는 스크린이라 심리적으로 좀 부담스러울만도 한데 환하고 선명하게 채우는 영상이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게다가 DLP처럼 너무 밝아서 부담스런 휘도도 아니고요. 딱 한 영화 접해본 것 뿐이지만 상당히 괜찮다 싶습니다. DLP로 한 번 보고 F열에서 다시한 번 보고 나야 제대로 된 평가가 되겠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굳이 F열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 싶습니다. 그야 압도감을 일부러 느끼고 싶다면 앞쪽 이동이 정답이겠지만 예전의 베스트 위치인 관 중앙~2/3선 중앙 사이도 나름대로 장점은 있겠는데요.

사운드 측면도 튀는 게 없었습니다. 리어채널의 활용과 폭발 등의 거친 음향이 제법 많이 쓰인 영화인데도, '영화 보다가 사운드에 신경 쓰이는 튀는' 경우가 딱 한번에 그칠 정도로, 화면과 잘 어울리게 연출했더군요. 사실 음악 영화같은 일부예외가 아니라면 이 쪽이 정답이 아닐지..^^; (사운드를 억제한 게 아니라 이 경우는 화면이 따라잡은 거니까요)

인천까지 가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 쪽도 한 번 보고 싶긴 합니다..^^

스포일러 관계로 여기서 한 번 접습니다.(소설 6권의 분위기도 일부 들어갑니다)
영화에 대해서는..

비밀의 방 때부터인가..(첫 해는 그냥 우연히였지만) 일부러 영화 보기 전에 해당 편을 다시 안 읽고 가물가물한 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방법이 의외로 재미있는게, 디테일은 가물한 채 코어-인물간 관계의 뼈대-만 기억에 남은 채로 영상을 보다 보면 생각 못했던 인물 간의 링크나 심리상태 같은게 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떠오른 몇 가지를 주절거려 볼까 합니다.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다시금 느끼는 건데, 해리 이 녀석, 진짜로 인간관계가 좁습니다. 막말로 '부모와 볼드모트'로 인해 연관된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면 이 녀석에게 남는 건 딱 두 사람, 론과 헤르미온느인 거죠.

여러 군데서 암시되지만 볼드모트와 해리는 무척이나 닮은 꼴입니다. 일찍 부모를 잃었고, 혼혈 출신이며 사회적 욕구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대단히 민감하죠. (그 표출은 서로 정반대방향으로 나오지만) 그런 둘을 결정적으로 다르게 만들어 준 것이 이 '친구'입니다. 덤블도어가 그리도 반복해서 강조하는 "해리 너에게는 친구들이 있다"는 얘기도 이 맥락인 거죠. 즉 "네가 '어둠의 제왕/유일하게 살아남은 그 아이'가 아니라도 너 그 자체로 사랑해줄 사람들이 있느냐"는 질문. 론처럼 자연스레 사랑에 대한 확신 속에서 큰 아이와는 달리, 두 사람에겐 마치 공기가 없어 그 절실함을 깨닫는 것처럼 자기 존재의 가치를 결정짓는 절실한 문제인 겁니다. (물론 해리의 경우는 부모의 사랑과 희생이란 점도 있지만 추억만으론 굶어죽는 거니까요, 감정도.)

이번 편에서 돌아온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볼드모트가 "모른 체 했다"며 화내는 부분, 저에게는 이런 맥락의 트라우마에서 나온 절규로 들렸습니다. 단순히 정치적인 신상필벌이었다면 이건 효과없거나 역효과에 가까워요. 루시우스의 얘기마냥 '그게 당연한 거'니 차리리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고 확신시키는 쪽이 백번 남는 장사인데 그게 안 되는 겁니다.

취향이라거나, 환경과 복수의 문제 등등으로 이성에 눈을 늦게 뜬 탓도 있지만, 해리가 바로 곁에 있는 재색겸비의 소녀에게 끌리지 않는 이유도 사실은 이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면 너무 오버하는 걸까요..^^; 무의식 레벨에서 이건 론과 헤르미온느라는 자신의 두 줄기 구명줄을 한 큐에 끊어버리는 정신적 자살행위인 거니까요.
(셋의 우정이 그정도로 깨질만한 거냐는 얘기는 논외. 이 경우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자체가 금기가 되니.)

이런 상황에서 세드릭과의 관계는 해리에게 여러모로 복잡하면서도 신선했을 겁니다. 경쟁관계이지만 동시에 같은 호그와트의 동지, 믿을 수 있는 듬직한 선배, 거기에.. 동경하는 초의 남자 친구. 여기에 에이모스 디고리라는 지극한 애정의 아버지까지 겹쳐지면 세드릭은 해리에게 있어서 진짜 노골적인 동일시 타겟이 되는 거죠.
(.....제임스 포터 씨가 살아있었더라도 에이모스같지는 않았을 테지만.. 아니 그 이전에 이 사람, 학창시절을 보니 이런 짓이나 안 하면 다행이었을 지도..

"제임스! 지금 뭐하는 거에요!"
"뭐라니, 비행기 놀이지. 자 해리! 즐겁지? 더 높이 던져주마" "우아앙T_T!"

털썩! "꺄악! 애 이마에 번개모양 흉터가 생겼잖아요! 이걸 어쩔 셈이에요 제임스 포터!") [....]

그래서 그의 상실은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살아남았더라면 분명 그는 해리에게 좋은 전우이자 론이나 헤르미온느와는 다른 의미에서 소중한 친구가 되 주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해리가 세드릭에게 품은 미묘한 호감이나 존경을 영화가 제대로 캐치해 준 것 같아 왠지 기뻐졌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이 더 안타까웠고..T_T

자, 그리고. 아즈카반 개봉때부터 제가 누누히 공언해왔던 바, "이번 불의 잔은 헤르미온느의 무도회 드레스 신만 잘 잡아주면 70% 성공이다!" 영화는 95% 보답해주었습니다아앗! 드레스 디자이너 혹은 코디네이터님 사랑해요..T_T

불의 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혼혈 왕자에서는 완전히 꽃을 피웁니다만, 최근 저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청춘 연애담으로서 무척이나 맘에 듭니다..^^ ...라기보다 사실은 최근엔 그거밖에 건질게 없었죠; 그나마도 못해준 불사조 기사단은..OTL 그러고 보니, 혼혈왕자 덮고 나서는 아예 "볼드모트고 세계의 운명이고 알게 뭐냐, 롤링 여사! 얘네들 행복하게 골인만 시켜주세요!"라는 심정이 된 참입니다 [....]
[당신, 막 읽고 나서 "끝까지 솔로부대를 배신하진 않으셨군요 여사님!" 이라고 외치던 것과 태도가 틀려;]

그러다보니 이번 영화에는 지니와 유난히 붙어다니는 헤르미온느가 눈에 밟혔습니다..^^ 6권에서 지니가 헤르미온느의 조언 얘길 하는 대목에서 무릎을 쳤는데, 생각해보니 그거, 이 불의 잔 편에서 본인이 직접 몸으로 실험해서 지니에게 전수해준 거였더군요..;;

그나저나, 제작진(그것도, 연출방향에 영향을 줄만한 메인 스탭)중에 해리-헤르미온느를 미는 팬이라도 있는 겁니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납득이 가는 전개지만 원작 안 읽은 사람이나 얼핏 보면 딱 오해하기 좋은 장면이 여기저기..OTL 무도회의 사랑싸움이라도 없었으면 그대로 오해했겠어요; 여기서 해리가 화풀이 당하고 얼빠진 표정 짓는 대목이 꽤나 유쾌했습니다..^^

그 외 소소한 것들. 보바통과 덤스트랭의 등장신은 꽤 맘에 들었습니다. 특히 보바통의 우아한 입장..^^ 덤스트랭도 나쁘지 않았지만 마지막의 불쇼[...]는 솔직히 오버였다는 생각이..--; 플뢰르 델라쿠르 양은 기자회견이나 시사회 장면 등으로 미리 잡힌 사진보다 더 예쁘게 나오더군요. 사실 외모만으로 따지면 이번 편의 승자는 보바통과 플뢰르 양이 아니었을지;

쌍둥이 형제는 편이 더해갈수록 멋진 콤비네이션. 좋은 조연들이에요.

덤블도어 선생님이 갈수록 무게감이 떨어지고 계신데, 혹시 해리의 성장하는 시선이라거나 소설 이번편을 위한 연출상의 복선이 아닌가도 생각해봅니다.

스네이프 교수의 활약(?)이 어떻게 보면 가장 작은 편인데, 너무 귀엽게 연출됐습니다..^^ 도서관에서 애들 구박하는 장면이 왜 이리.. 저만 그렇게 느낀겁니까;

어차피 대폭 잘라낼 수 밖에 없는 분량이었다는 걸 감안할 때 전반적으로 꽤 매끄러운 구성이었다고 봅니다. 이 정도로 긴 상영시간이면 최소한의 유기적 연결을 잃지 않는 한에서 지루하지 않도록 속도감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쪽이 정답이겠죠.

몇몇 평들처럼 시리즈 최고의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평이 갈리겠지만, 원작의 분량&소설쪽에서 최고라는 호평을 받는 이번편을 나쁘지 않게 소화해낸 솜씨는 칭찬해줄만 합니다. 특히 아이들, 아니 청춘들(..^^;)의 미묘한 심리를 잡아줄만한 감독 인선이 이번엔 제대로 먹혔다고 보이는군요.

...개인 해석+망상이 결합된 난잡한 얘기를 꽤나 길게 썼군요; 쓰고 나서 저도 분량에 놀랐습니다..OTL

P.S 위에 쓴 해리와 볼드모트의 유사성, 사실은 한 명 더 있죠. 스네이프 교수. 사실 해리가 조금만 음침했으면 딱 학창시절의 세베루스 군 포지션..OTL 우와, 이거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면 심정이 얼마나 복잡할까..;
by 마스터 | 2005/12/04 01:30 | TALK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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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푸르미 세상 at 2005/12/04 19:02

제목 : 44. <해리포터와 불의 잔> 막 사춘기에 접어든 ..
간이역에서 벽을 향해 돌진해 마법학교에 입교했던 해리포터가 4번째 학기를 맞았다. 빗자루로 하늘을 날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 친구를 구출해 내는 마법학교 이야기는 4편에 이르러 더욱 매력적으로 변모했다. 영화는 모험을 즐길 준비할 시간도 아까운 듯 잠에서 막 깨어난 해리에게 난데없는 장화를 잡으라고 한다. 장화가 환타지 세계로 직행하는 관문인지 말해 주는 건 나중 일이다. &lt;해리포터와 불의 잔&gt;(이하 불의 잔)은 시작부터......more

Commented by grace at 2005/12/04 02:15
CGV Imax 개관 소식을 듣고,가 보고 싶었습니다. 조만간에 한번! 방문해야겠군요..그러나~ 해리포터가 끝나면^^
Commented by Nariel at 2005/12/04 02:22
DLP로 봤는데 아이맥스는 9일입니다. 필름으로도 한번 더 봐야지~
Commented by 마스터 at 2005/12/04 02:25
grace/혹시 해리포터를 싫어하셔서? ^^; 내년 상영일정이 벌써 대충 나왔더군요. 아직은 상영할 컨텐츠가 적은 편이니.. 저는 폴라 익스프레스에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Nariel/전 아직 DLP 못잡았습니다..T_T 왜 이리 예매가 치열한지 원..OTL
Commented by 치즈루 at 2005/12/04 14:27
마스터.. 역시 멋지세요~!!
같은 영화를 보고 어째서 저는 해리공 론수 이딴것만 본건지 ;ㅁ;
Commented by lukesky at 2005/12/04 14:33
으, 아이맥스 예매하려고 했는데 모조리 매진이라....ㅠ.ㅠ
Commented by 마스터 at 2005/12/04 18:59
치즈루/아니, 그건 인정[...] 해도 될 정도로 보였으니까..^^;

lukesky/2주간인가 다 매진됐다죠? 예매광풍이더군요;
Commented by 알테마 at 2005/12/04 21:50
...정말이지 옆에 미인(!)에 공부 잘하고 성격 딱부러지고 상황 판단력 투철하지 사람 잘 파악하지 미래 창창한 아가씨가 있는데 초 챙한테 한 눈 팔고 해리 바보...(궁시렁<-새삼스레 뼈에 사무치다)

타학교의 등장씬은 저도 즐겁게 봤습니다만 덤스트랭은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재주를 넘지 않나 불쇼까지; 이건 완전 서커스단 같던데요; 게다가 그 모든 것이 빅터의 등장을 위한 것이었냐... 역시 그 순준무구단순아방순애보 청년은 덤스트랭 모두의 아이돌이었단 말입니까; 감상 잘 읽고 갑니다, 재밌었어요^^
Commented by 마스터 at 2005/12/04 22:17
알테마/괜찮습니다. 틀림없이 7권 최후의 전투에서 론은 적의 마탄에 맞아 쓰러지고 슬픔속에 승리한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다 자연스레 하나가 되..[빠악!]
(최근 완결된 모 작품 개그 도용;)

이고르씨의 애정 넘치는 눈빛과 손길에서 이미 빅터군의 아이돌화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사실 이고르씨는 SM기획 이*만씨의 숨겨진 형입..퍽!)
Commented by 키르난 at 2005/12/06 08:03
이번 해리포터는 평이 좀 갈리는 편이 아닌가 합니다. 재미있다 파와 영 아니다 파가 딱 갈라져 있더군요.(제가 본 바로는;;)

(마스터의 리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제임스 포터가 아들 가지고 노는 부분...OTL)
Commented by 마스터 at 2005/12/06 12:29
키르난/예,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 아마 이유는 처음부터 '분량상 철저하게 자르고 재구성'할게 뻔한 상황에서, 그걸 예측하고 간 사람들과 아니거나, 예상했어도 그 커트기준이 맘에 안 드는 데서 갈린게 아닌가 싶더군요.
(거기 짧은 시간이지만 공들였..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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