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홍영의 옮김 / 초록배매직스 표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손안의책 에서 나온 교고쿠도 시리즈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와는 상관없이 몇 년 전에 출판된 단편집입니다.. 작가 이름만 보고 집어들었는데, 기대도 안한 보너스가 가득이더군요..^^
첫 편인 '코소데의 손'은 "망량의 상자"에서 플랫폼에 떨어진 불행소녀 유즈키 카나코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카나코의 이웃집 남자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책에 위의 두 장편과 관련된 단편은 모두 세 편인데, 그중 이 코소데의 손을 포함한 두 편은 그야말로 사이드스토리여서, 교고쿠도와 세키구치들 4인방은 아쉽게도 안 나옵니다.
두번째 '문고요비'는 아주 제대로 크리티컬인데..; "우부메의 여름"에 등장한 쿠온지 료코의 1인칭 시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의 회상이 그대로 담겨있어서, 우부메를 보신 후 바로 이걸 보시면 씁쓸한 뒷맛이 꽤나 오래 갈듯..
맨 마지막에 실린 '강가의 갓난아기' 편은 세키구치의 시점으로, 위의 두 편과는 달리 사이드스토리라기보다는 차라리 우부메의 여름이 장편화 되기 전의 습작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의 산부인과 밀실사건은 희미하게 주변사건으로 언급되는 정도군요. 마지막에 교고쿠도를 방문하러 발걸음을 옮기는 장면에서 끝나는 걸 보면 숨겨진 프롤로그라 해도 될 듯 싶고.
그 외에도,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시리즈의 다른 작품과 관련된 단편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니(鬼)에게 먹히다'편에서는 어느 헌책방 주인이 묘하게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현학적인 오컬트 론을 한참 풀어놓더니, "나카노에 나처럼 헌책방을 하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쪽은 진짜 전문가다"라는 얘기도 흘리더군요.. 푸핫핫..^^; (동업자 친구씩이나 있었단 말이냐 교고쿠도! 당신 자기랑 세키구치커플 빼고 세상 전체를 따돌리는 사람 아니었어? [경악중])
전반적으로 이 작가의 독특한 색채는 여전합니다. 현실과 인간의 마음, 그 자체가 공포다라는 기반부터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심심찮게 터지는 현학에, 몽환적인 분위기. 그래도 역시 공포감이나 긴장감이나 장편들보다는 떨어지는군요. 이 작가 단편 체질은 아닌 듯. 전체적으로는 읽을만 했습니다. 망량의 상자처럼 씁슬한 뒷맛의 공포가 구체적으로 밀어닥치는 것도 아니고, 분량상의 문제도 있어서 희미하게 풍기는 수준이니, 호러에 약하신 분들도 걱정없이 숨겨진 뒷얘기들을 기대하고 집어드셔도 괜찮을 겁니다. ^^ 쇠종 살인자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명판관 디 공 시리즈의 두번째 책입니다.
디 공 시리즈는 홈즈역이 중국 당대의 지방현감이라는 특색을 아주 잘 살려냅니다. 삽화는 물론이고 생활상에서 윤리/가치관과 판단기준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거기에 수사팀을 구성하는 개성적인 조연들-권법의 달인 마중과, 사기,도박, 자물쇠 따기등 개과천선한 뒤 과거의 재능을 유감없이 잠입수사에 발휘하는 타오간, 거기에 디 공의 심복이자 팀의 넘버2로서 든든한 연장자 역할을 하는 홍 수형리까지-은 디 런지에의 탁월한 판단력과 더불어 경쾌한 리듬으로 읽는 사람들을 끌고갑니다. (여담이지만 첫번째로 번역된 책 쇠못살인자에서는 이 멋진 팀(이라고 생각했던;) 중 한 명이 초반에 죽어나가는 전개로 절 경악시켰습니다..OTL)
이번에도 몇 개의 사건이 동시 진행되며 얽히는 진행방식입니다만, 전작에 비해 사건의 성격이 더욱 무거워져 해결까지의 카타르시스는 커진 반면, 추리하는 재미는 전작보다 줄었다는 느낌이더군요.
책 말미에는 작품의 배경시대에 대한 해설과 실존인물이었던 디 런지에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각 사건의 재료가 된 실제 사건들에 대한 작가의 해설이 실렸습니다. 반 훌릭은 중국의 옛 사건 수사 자료를 탐독하는 것이 취미였다고 하며, 이 디 공 시리즈의 각 사건과 취조방식의 고증등을 거기서 얻어냈다고 합니다. 덕분에 이 시리즈의 현실감은 아주 뛰어납니다.
특히 위에 언급한 수사팀에 대한 내용으로, 실제로 각 관아에 딸린 아전과는 별도로 이들 수사팀은 최초 현감부임 당시부터 본인이 직접 선발해, 평균 3년의 임기가 끝나고 옮길 때도 데리고 다니는 일종의 가신이었다고 하는군요. 덕분에 지방 이권이나 압력에 비교적 덜 얽매이며 공정한 수사의 기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현감은 평생 자기 고향에 부임할 수 없게 되어있었고요. 사실 이 내용은 1권부터 넣어주는 게 시리즈에 대한 이해를 더해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무리인 시대지만 미끼수사는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거기서 그냥 내치는 것도 잔인한 짓 같고..--; 그렇다고 거두는 것도 맘에 안들고..;) 눈에 띄는 도서관 마케팅주디스 A. 시스 지음, 이우정.박수희.김태훈 옮김 / 이채 여러 사정으로 인해 본인의 흥미와는 전혀 상관없는 학과에 입학해서, 그 무관심이 졸업때까지 이어지지 않는 한에는, 학부에서 배우는 학문은 그 사람이 쓰는 어휘와 사고체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상당부분 결정하기 마련입니다. "사용하는 어휘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고전적인 표현도 있지만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저는 심리학의 어휘로 사유하고, 경영학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려 노력하면서, 동시에 이 두 가지를 앞으로의 일에 적용해보려 애쓰는 초보 문헌정보학도인 셈입니다. (세 분야 모두 절대적인 달성치가 극히 낮다는 사실은 젖혀두고 말이지만..OTL)
그래서 저한테는 이 책이 아주 특별합니다. 조악하게나마 비유해보자면, 남쪽으로 피난와서 수십년간 살며 기반을 닦았는데, 반갑게도 고향 소꿉친구와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그런 기분에 가까울 겁니다. 1학년 1학기 경영학 시간에 배운 satisficing(희생과 만족의 합성어로, 진짜 원하던 것의 충족이 아닌, 현실 제약에 의해 어느정도 희생된 상태의 만족을 나타냄)이 본문에 언급되는 걸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책의 내용은 전 세계적으로 닥치고 있는 공공서비스의 극적인 환경변화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쓰인 내용이지만 우리의 -멀지 않은 미래거나, 이미 일부는 닥쳐와있는-현실이기도 하고, 넓게는 도서관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거지요.
원래 책 읽으면서 메모 같은 건 안 하는 성격인데, 이건 해둬야 될 게 넘쳐나는군요; 초반 1장에서 인상깊었던 것만 당장 기억나는 대로 적어도 이 정도입니다. (책의 문구 그대로는 아니고, 제가 이해한 대로 옮겼습니다만..^^;)
"고객은 해명이 아니라 개선을 원한다" "한번 최고의 서비스를 맛 본 고객은 더 이상 적당한 수준에 만족할 수 없다" "분류체계를 알아야 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도서관 입장이 아니라 서비스 관점에서 볼 때 비상식적이다" "고객에게 직접 책을 찾도록 권하고, 사용법을 지도하는 것이 사서의 업무편의를 위한 것이 아닌지 항상 경계하라"
후반부로 가면 더더욱 고마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대학/공공/소규모 또는 일인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홍보에서 예산에 걸치는 실전적인 내용이 꽤나 알차게 들어있더군요. 책 뒷면의, "도서관 마케팅에 대한 모든 문헌의 핵심과 성과가 이 책에 모여있다, 당신은 더 이상 다른 지침서를 찾아 헤멜 필요가 없다"는 요지의 선전문구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Visible Librarian"입니다. 보이는 사서, 즉 지금까지는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는 거죠. 실제로 활동했으나 못 미쳤든, 활동 자체가 미비했던 간에 이제는 보이는 활동으로 혁신되어야 한다는 메시지. 앞으로 계속 새겨둬야 겠습니다.때는 어언 작년 12월 하고도 하순. 시험이 끝나고 리포트&시험대비용으로 학교 도서관에서 8권 채워 대출했던 책을 가방 그득히 쑤셔넣고 도서관까지 나르느라 어깨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이제 해방이거니 했는데.. ...다들 예상하실 결말. 이 망할 손모가지가 다시 8권 꽉 채워 들고나왔다는 슬픈 괴담이었습니다..OTL (헌책지옥저택이 인세에 구현되면 틀림없는 희생자 후보 상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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