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스 4권까지 보고 나서 소설이 정발된 걸 알고 6권까지 독파한 참입니다.
스포일러 난무할 예정이니 읽으실&꺼려지는 분들은 알아서 회피기동을.
.....이거 BL이네요; 갈데없이 BL입니다. 씬이 나오거나 분위기가 므흣해서가 아니라 인물 관계구조가 아주 대놓고..OTL
일단 진지한 얘기부터.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미지만 하일라이트로 잡아놓은 코믹스와는 다르게, 각 인물들이 훨씬 깊이 있게 묘사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대의 수혜자는 세하. 코믹스에서는 그냥 병약한 어리광쟁이에 심지어는 이물질[.....]분위기까지 적잖이 풍기던 이 녀석이 속 깊고 옹골차고 때로 완고하기까지 한 신비스런 소년으로 환골탈태했습니다. 세하아아~!!!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공방전도 훨씬 정답고, 아버지의 따스한 시선도 흐뭇하며, 뭐 동급생 친구들과 하라다 간에 점차 쌓이는 우정은 말할 나위도 없지요.
...처음 얘기로 돌아와서, 주인공 커플 어쩔 거에요..OTL
"니들 나이에 평생을 같이 할 상대라니, 그런거 우습잖아" "저 놈이 아니면 안돼" ....나 죽여라 아주..OTL
아니, 여기까진 그렇다고 쳐요. 그래놓고는 뒷 권 가서 '과연 진짜로 운명의 상대였을까?' 전개가 이래놓으면 어쩌자는 거에요;; 한국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셨나..[먼 산] 작가님 나랑 좀 싸웁시다. TT
그러니까, 얘들 관계는 진짜로 소재와 묘사가 야구라는 매개체를 거쳤다 뿐이지, 진지한 연애 서술입니다. 읽다보면 그 점이 아주 팍팍 와닿아요, 작가분이 의식하고 쓴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왜 포수가 투수의 마누라인지 납득 안 할수가 없다니까요..OTL
후반부로 가서는 단연 선배들이 최곱니다.
....귀축총수라는 게 세상엔 존재했더군요. [......]
미즈가키. 위세 등등하게 나와서는 이쪽 저쪽 다 집적대더니만, 슈고한테 밟히는 건 그렇다고 쳐요, 원래 더 사랑하는 쪽이 약한 법이니까. [얌마;] 그런데, 슈고가 조교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만 가이온지도 슬슬 흉내내기 시작하고, 하라다는 늘 그렇듯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밟고 지나가고,
....그러더니 결국, 막판엔 자타공인 '킹 오브 만만함'인 고우까지 "이렇게 밟는 건가?"하면서 다리 들어올리는 시늉하는데서 끝. 미즈가키 불쌍해서 어떡해요..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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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혼란스런 잡문에서 OTL 내지 TT 부호가 쓰여진 대목은 전부 웃느라 쓰러져서 데굴거린 대목으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글이 좀 난잡한 건 느끼고 있는데, 감상&요즘 정신상태가 딱 그런거라 반영하는 차원에서[.....]
P.S 요시사다라는 캐릭터는 곱씹어볼수록 재미있는 친굽니다. 고우와 타쿠미가 너무 진지해서 고뇌하는 동안, 이 동갑내기 친구는 마치 인간사 새옹지마를 내려다보는 신선처럼 유유자적한 구석이 있지요. 포수, 아니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은 둘째치고, 감독과 주장이 이 친구를 타쿠미에게 붙여야겠다고 맘먹었을 이유가 너무도 확실하게 다가옵니다.
맨 처음 이 친구에 대한 인상은 고우가 들려준, '실력은 괜찮지만 그걸 다 같다붙여야 저울추가 맞을 정도'의 잘난체 어릿광대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왠걸, 등장을 거듭하면서 이 친구는 세하 못지않은 괴수가 되어갑니다.
이 작품에서 캐릭터들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하는 건 단연 할아버님이신데, 이 분이 측정 못하는 캐릭터가 딱 저 둘입니다. (탸쿠미의 경우는 앞날의 함정이 보이는데 과연 그걸 극복해낼지 미심쩍어 하시는 거고요.) 둘 다 도통했달까, 사람 속을 들여다보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 재주가 있죠, 올려놓고 가지고 놀지는 않습니다만. 세하를 사람들의 고통을 포용하는 관세음보살에 비유한다면, 요시사다는 사람들 사이에 내려와 시장통에서 같이 웃고 즐기는 地仙의 이미지랄까요.
(....세하의 경우는 형아 오타쿠라 그 재주가 한 명한테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그러고보니 슈고가 공략법 전수해주지도 않았는데 첫 대면부터 미즈가키를 손쉽게 밟은 것도 이 친구가 유일합니다;;
이러다 보니, 처음 들려줬던 저 이미지가 납득이 안 가기 시작하는데,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했을 당시의 고우는 상처입고 그걸 극복하면서 성장한 버젼이 아니라, 그냥 순진한 초등학생 꼬마였다는 걸요. 요시사다라는 남자의 진면목을 재기에는 고우가 아직 미숙한 애송이였다는 거죠. [같다봍이는 것도 이 정도면 예술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