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스플래터/호러 무비는 잔혹함 그 자체를 관객을 일상에서 탈출하게 만드는 무기로 쓰는데, 어지간히 조심하지 않으면 이 수단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주객전도가 되는 일이 많죠.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아이 셀 더 데드는 굉장히 놀라운 성취도를 가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잔혹함의 강도를 '최소'-핏방울 하나도 못 참겠다는 분이 아닌 한에는, 호러나 스플래터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도 충분히 이 영화를 보며 웃고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로 억제하면서도 장르 법칙을 자유자재로 인용해가며 일상에서 일탈한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목적을 훌륭하게 성취하고 있으니까요.
(그냥 덜 잔인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일부러 결정적인 장면은 암시로 전환하거나 만화컷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감독의 구체적인 의도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자극적 장면 없이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이더군요. 실제로도 그랬고.)
론 펄만이나, 그보다는 덜하지만 도미닉 모나한 같은 네임밸류 있는 배우들까지 동원되어 있으니, 충분히 일반 개봉 해줄 법도 한데,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감독님이 직접 인사를 오셔서는 2년 전에 만든 작품으로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초대받아 행복하다고 하시더군요.
(사실은 이거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시간표상 이날 심야상영 전 타임이 동 작품의 일반상영+관객과의 만남이었거든요. 자신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싫다는 감독님이 아닌 한에야, 일부러 시간은 못낼지언정 한방에 두 번의 관객을 볼 기회를 마다하실 분이 많을리가요..^^; 더구나 밤샘하면서 보러 오겠다는 관객이니 더더욱 보고싶을 법한...)
마에다 테츠 감독님도 그렇고 GV 오시는 젊은 감독님들은 다들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마에다 감독님은 무대에서 내려가기 직전에 얌전하게 관객석 사진만 찍으시더니만 이 분은 적극적으로 파도치기-두 팔 들고 환호하는 연출샷을 요청하시더라구요.[데굴데굴]
P.S 쓰고나서 본문을 읽어보니 정작 중요한 얘기를 안 쓴 것 같은데, 이 영화 미치도록 즐겁고 유쾌합니다.^^ 적극 추천할 있는 자신작!